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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연구회] 2022 최고의 요리 10선

 


 

안녕하세요. 미식연구회의 칼럼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아마 당신은 지금쯤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분명 음MAD 10선이라 해서 왔는데 갑자기 요리라니? 링크가 잘못 연결된 건 아닌지 재차 확인해보기도 하고, 어쩌면 누군가는 이미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 나갔다 다시 들어왔을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제대로 찾아온 것이 맞습니다.

왜냐면, 음MAD를 만드는  음식을 요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죠!

 

온갖 재료들을 한데 섞어 조리법에 따라 만들고, 그 결과물을 사람들에게 대접해 즐거움을 준다...

저는 이 일련의 과정을 요리로 정의하고 궁극의 맛을 찾기 위한 탐구를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신선한 재료, 숙달된 고급 기술 등을 답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저는 이보다 더 근원적인 물음에 접근해보고 싶었습니다.

 

오랜 연구 끝에 제가 내린 결론은, 바로 자신이 만들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입니다.

라멘의 생명은 육수인 것처럼 모든 요리는 사람들에게 내세울 자신만의 세일즈 포인트가 있습니다. 이를 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분석하고 어울리는 최적의 재료와 레시피를 선택하는 것. 이것이 제가 말하는 이해입니다.

 

이해의 과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고, 많은 고민을 동반합니다. 크게는 작풍의 설정부터, 작게는 세밀한 요소 하나하나의 디테일한 배치까지, 전 그런 크고 작은 고민의 흔적들이 드러나는 요리야말로 진정한 미식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반대로, 그런 고민 없이 단순히 유행하는 메뉴를 좇아 냉장고 속에 박혀있는 재료들을 아무렇게나 기워 붙여 만들어낸 식상함의 산물들은 아무도 먹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전 그런 요리들을 볼 때마다 기분이 상당히 좋지 않습니다. 충분히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도 게으른 발상으로 요리를 망치는 괘씸한 자들에게 응당 그에 걸맞은 정의의 응징을 날리는 것이야말로 우리 미식연구회가 추구하는 진정한 미식의 경지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벌을 내리는 모습입니다

 

 

슬슬 서론은 여기까지 하고, 그럼 이제...

미식의 세계로 함께 떠나볼까요?

 


 

들어가면서,

 

이 아래에는 총 10개의 요리가 비밀스럽게 덮인 채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간략히 곁들인 개요를 들으며 오늘의 주인공들을 하나씩 만나보시죠.

 

 


 

 

대망의 첫 번째 요리입니다.

 2020년 공전의 붐을 일으킨 베스트셀러 <Haunted Dance>는 2022년에도 꾸준히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수없이 많은 요리가 나오며 점차 누가 더 재료를 많이 쑤셔 박나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이런 흐름 속에서 등장한 이 작품을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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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요리, ハウステンボス / 하우스텐보스 셰프의 <Haunted Resort>입니다.

 

<헌티드 맨션>의 주인 '고스트 호스트'의 내레이션을 시작으로,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디즈니 관련 소재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른바 테마 올스타 작품인데, 한정된 범위 내에서 적절한 소재를 찾아 적재적소에 집어넣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제작 방법보다 훨씬 더 높은 소재 이해도가 요구되는 까다로운 방식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디즈니 영화, 애니메이션, 디즈니랜드 파크의 영상, 심지어 #디즈니 캐릭터를 패러디하는 코미디언까지 정말 끌어올 수 있는 곳에서 다 끌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한 재료가 사용되었습니다. 제작자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네요.

 

사실 디즈니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누구에게나 익숙하지만, 그동안 소재로 사용된 적은 거의 없기에 역설적으로 굉장히 신선한 재료이기도 합니다. 이들을 올스타라는 줄기 아래 한 갈래로 묶음으로써 도중에 처음 보는 소재가 나오더라도 이해하는 데에 큰 지장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또한 미처 예상하지 못한 소재를 만났을 때 "아, 이 녀석도 있었지!"라며 반가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 테마 올스타의 매력이자 즐거움이라고나 할까요.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은 바로 원곡의 BPM을 감속시켰다는 점입니다. 빠른 템포의 대사나열이 강점인 곡이라 이는 자칫 곡을 밍밍하게 만드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었는데요. 과도한 기교를 배제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에 중점을 둠으로써 오히려 소재 하나하나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는 최상의 효과를 냈습니다. 남들과는 차별화된 자신만의 독창적인 길을 가는 신의 한 수였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이 느림의 미학에 매료된 사람들로부터 #Haunted Dance 154#Himesakad Noance 등 한동안 슬로푸드 열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3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은 길이가 아닌데, 이 긴 호흡을 노련하게 이끌어나가 마치 한 편의 거대한 어트랙션을 즐기고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인상 깊은 작품이었습니다. 만약 이 맛에 충분히 익숙해졌다면 1.25배속으로 재생해 색다른 향취를 경험해보는 것 또한 좋은 선택일 것입니다.

 

 

 

 

 


 

 

다음은 여러분에게도 익숙할 한식 요리입니다. 바로 만나볼까요?

 기대를 충족시킨다는 건 언뜻 들어선 좋은 말 같아 보이지만, 항상 좋기만 한 건 아니랍니다. 기대대로 됐다는 건 곧 예상할 수 있는 범주 내의 일만 일어났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때론 예상을 뒤엎고 좋은 방향으로 기대를 배신하는 과감함도 필요합니다. 언제나 예측 불허의 전개를 보여주는 다음 작품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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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요리, 모르는 사람 셰프의 <【1인합갠작】 세스코 박멸이음곡 -I'm CESCO>입니다.

 

일단 제목의 1인합갠작이라는 표현을 본 순간부터 굉장히 정신이 아찔해지기 시작합니다. 마치 '뜨거운 아이스크림' 같은 이 기묘한 단어는 제작자가 혼자서 만든 개인작들을 이어 붙였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라고 하네요.

 

옛날에 자주 송출되었던 세스코 광고들을 재료로 사용했는데요. 그동안 아무도 건드린 적 없는 이 소재에 갑자기 왜 꽂힌 지는 모르겠지만, 이 미지의 재료를 세상에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활용도를 보여줍니다. 특히 돋보이는 건 독보적인 소재 이해도인데요. 이를 무기 삼아 다양한 레시피들을 자기 입맛대로 자유자재로 요리하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저작권 문제로 본편 묶음에 같이 수록되진 못했지만, #명세스 코난 역시 굉장히 개성 넘치는 작품이니 한 번쯤 꼭 감상해보시는 걸 추천드리겠습니다.

 

상식과 통념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 그 종잡을 수 없는 엉뚱함이야말로 이 요리의 반죽이자 향신료라 할 수 있겠는데요. "과연 이게 맞을까?"라는 혹자의 회의적인 시각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음표를 지우려 하겠지만 이 비범한 작자는 그 위에 느낌표를 그려 덧칠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합니다. 다른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이 집만의 즐거운 맛이라, 언제든 제 한 끼 식사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든든한 안식처이기도 합니다. 마침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먹고 있는데요......, 어라, 잠깐만요. 이게 뭐죠?

 

 

 

 

 

 

 

 

 

 

 

다른 식당으로 가볼까요?

 

 

 

 

 

 


 

 

세 번째 요리입니다.

 여러분에게도 익숙할 이름인 피노키오피의 <신 같네>는 트리키한 멜로디와 강렬한 삽화가 인상적인 곡으로, 2021년 말부터 큰 인기를 끌며 폭발적으로 많은 요리가 출시되었습니다. 한 해 동안 나온 <신 같네>로만 10선을 전부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수작들이 경합을 벌였는데요. 그중 어떤 요리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여러분 앞에 모습을 드러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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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요리, GainA 셰프의 <魔女っぽいな / 마녀 같네>입니다.

 

사실 이 요리를 소개해도 괜찮을 지 마지막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는데요. 영상의 첫머리에서도 나오듯이 이 작품엔 <괭이갈매기 울 적에> 시리즈의 스포일러 성분이 강하게 함유되어 있으므로, 만약 이 게임을 추후에 플레이할 의향이 있는 분은 시청 시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다른 요리들과는 다르게 이번 작품은 꽤나 생소한 마이너한 게임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갑작스럽지만 여기서 질문 한 가지. 만약 생전 처음 접해보는 식재료로 만든 요리가 여러분 앞에 놓여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기대감과 호기심도 물론 있겠지만, 낯선 존재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오는 부담감과 두려움 또한 있을 것입니다. 이 부정적인 감정들을 최대한 희석시켜 익숙하게 다가가고자 하는 게 일반적인 제작 방향이라고 한다면, 이 작품은 오히려 이를 극대화시켜 곡과 소재의 음험한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으로 돌파했습니다. 이 <마녀 같네>는 그저 20초 가량의 인트로만으로도 이 정도의 몰입감을 선사할 수 있답니다. 어떠신가요, 여러분?

 

 

"온 세상이 구또다"

 

 

기술적인 측면으로 넘어가 볼까요. 음원과 영상 양쪽 모두 흠 잡을 곳 없는 뛰어난 퀄리티를 보여주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음원에 큰 찬사를 보내고 싶네요. 단 한 순간도 쉴 틈 없이 쏟아지는 밀도 높은 대사의 세례, 그런 와중에도 박자감이 흐트러지는 일 전혀 없이 안정적으로 템포를 이어나갑니다. 원작 소재 자체가 살인적으로 방대한 스크립트 분량으로 유명한 지라 적절한 대사를 뽑아오는 것부터가 꽤나 만만찮은 일이었을 텐데요. 이 하나의 요리를 완성시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다듬질의 과정이 있었을지 가늠이 안 될 지경입니다.

 

세상의 그 어떤 희귀한 재료보다도 값진 애정으로 빚어낸 요리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주체 못할 사랑의 에너지가 화면 너머 저에게까지 전해져 오는 기분 좋은 마법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다음, 네 번째 요리입니다.

 최근 음MAD계 소재의 추세는 소위 '단명의 시대'라 해도 될 듯합니다. 큰 인기를 끌던 소재가 길어봐야 1년, 짧으면 몇 달 안에 사그라들어 종적을 감추는 모습은 이제 그리 놀랍지 않은 광경인데요. 그래서 오랫동안 꾸준히 사랑받는 소재들이 더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이번에 소개할 요리도 바로 그런 장수 소재를 사용한 작품인데요. 과연 어떤 미식이 저희를 기다리고 있을지 바로 만나러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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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요리, 竹塔, 芋タルト, なぽり 셰프 3인의 합작 <マーシャル・バトルドーマー / 마셜 배틀도머>입니다.

 

"볼을 상대방의 골에 슈우우우웃!!" 다들 이 목소리를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2008년 처음 발굴된 이래로 무려 10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명맥을 이어온 스테디셀러인데요. 이처럼 시대에 구애받지 않고 롱런하는 소재들은 대개 어떤 레시피와도 어울릴 수 있는 범용성, 새로운 소재거리의 지속적인 공급과 재발견, 충성적인 고정 수요층 등의 특성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가장 핵심적인 건 만드는 사람이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풀어나가느냐에 달려있겠네요.

 

그런 의미에서 <마셜 배틀도머>는 굉장히 다양한 시도를 한 작품입니다. 일러스트를 그리고, 새로운 영상 스타일을 선보이고, 독자적인 스토리 라인을 구축했습니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것들이 따로 놀지 않고 유기적으로 잘 연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제아무리 그림을 잘 그리고 현란한 기술력을 보여준다 한들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지지 않으면 말짱 헛일입니다. 그런 반면교사들의 예시를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이미 오는 길에 전부 터뜨려버렸기 때문에 그건 다음을 기약하도록 하죠.

 

이 작품은 꽤나 명확한 기승전결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요. 그중 특히 전 단계에서 뿜어내는 폭발력이 범상치 않습니다. 원 소재의 우스꽝스러운 음색을 살리면서도 듣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인력 조교와, 막힘 없이 쾌속으로 질주하는 속도감의 영상이 만나 마치 광활한 전뇌 세계를 활공하는 듯한 카타르시스가 물씬 느껴집니다. 그 쾌락의 끝에 무엇이 있을까, 아무 것도 모른 채 홀린 듯이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길로 이끌려 들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다소 섬찟한데요. 이런 걸 다른 소재도 아니고 애들 공 가지고 노는 장난감 소재에서 보게 될 줄은 정말 상상 못 했습니다. 한때 이 소재에서 더이상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없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그런 제 오만함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반성하고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벌써 절반이네요. 이번 요리도 준비되셨죠?

 요즘 MZ세대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는 신조어에 대해 아시나요? 바로 <포니>인데요. '근하다'와 '어머'의 합성어로 많은 젊은이들에게 포근함을 안겨주고 어머니처럼 친근하게 다가가는 이 작품을 일컫는 말입니다.

<포니>, 참 재미있고 따뜻함이 묻어나는 신조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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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요리, 文匿明 / 문익명 셰프의 <확실히 / ハッキリイ>입니다.

 

이번 작품은 독특하게도 일식 셰프가 한국의 식재료를 가지고 만든 한일 합작 요리입니다. 미식은 수입이지만 원료는 국산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르네요. 국산 컬트 소재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통칭 통일교를 사용했는데, 이 분야의 최고봉인 창가학회에 비하면 상당히 미약하지만 일부 열성 신도들의 적극적인 전도 공세를 바탕으로 점차 세력을 넓혀가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곡인 포니 역시 그동안 나름의 인지도는 있었지만 이렇다할 임팩트 있는 작품이 나오지 않아 그저 아는 사람만 아는 선에서 유지되고 있었는데요. 이랬던 곡과 소재를 단숨에 메이저로 끌어올린 기념비적인 작품이 바로 이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통일교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계기는 작년 7월 아베 전 일본 총리가 유세 도중 총격으로 피살당한 사건인데요. 놀랍게도 이 작품은 피격 사건이 벌어지기 한 달 전인 5월 말에 투고된 것으로, 사건 이후 그의 선견지명에 탄복한 신도들의 성지순례가 끊임없이 이어져 대성황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죽은 총리 뒤에서 노래 부르는 게 굉장히 묘하네요.

 

사실 요리의 전체적인 만듦새는 다소 거칠고 어찌보면 투박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오히려 이 낡고 기이한 재료에 더 어울리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후렴구의 가사가 누런 자막으로 덮어씌워지는 연출과, 연설 도중 대뜸 영어로 된 욕설을 내뱉는 장남의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이 교리는 후대의 다른 작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치어, 교로(教老)¹#서기, 여유만만(유튜버)²#수리 등 수많은 신자들이 이 성전을 답습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재림 메시아에 걸맞는 모습이네요.

 

 

¹  가르침에 늙다. 남들보다 배움의 시작이 늦은 만학도를 일컫는 말.

²  2003년 KBS에서 방영한 텔레비전 프로그램.

 

 

 

 

 


 

 

여섯 번째 요리입니다.

 음MAD의 장르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카테고리가 하나 있죠. 바로 YTPMV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고정적인 수요층이 이어져 온 전통 있는 레시피지만, 원곡의 재현을 위해 재료에 가공을 가하는 과정에서 소재 자체의 맛이 희생된다는 점은 꽤 호불호가 갈리기도 합니다.

네? 진짜 잘 하는 집을 안 가봐서 그렇다구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진짜 잘 하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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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요리, 阿保草 셰프의 <白黒塗り世界宛て書簡 / 흑백으로 칠해진 세계로 보내는 서한>입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최근 굉장히 뜨거운 활동량을 보여주는 작곡가 frog96<검은 된 세계로 보내는 서한>으로 검열, 정확히는 그의 무의미함에 대해 교묘하게 비꼬는 노래입니다. 가사에 덮어씌워지는 마저도 곡의 일부분으로 사용하는 대담함이 인상적이네요.

 

많은 사람들이 이에 관심을 보였고, 이내 곧 최이자 최의 마스터피스가 세상에 등장합니다. 바로 Kyoro #BCC: ███世界인데요. 언제나 최상급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유명 장인답게 이번 물건도 순식간에 세간의 이목을 끌며 곧바로 세상을 검게 물들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등장한 이번 요리. 제목에서부터 벌써 감이 오셨겠지만 이 작품은 바로 흑백 소재만을 사용한 테마 올스타 작품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테마 올스타는 얼마나 다양한 소재로 다채로운 맛을 내는지가 생명인 분야인데, 그야말로 극한까지 치달은 광기의 소재 수집력이 돋보이는 무시무시한 작품입니다. 음원의 들을 전부 다른 재료들로 치환해놓은 모습은 감탄을 넘어 경악스러울 지경인데요. 별도로 첨부된 식품 성분표에 따르면 이 요리 하나에만 들어간 재료가 무려  139개나 된다고 하네요. 국산 소재인 <티비플하는 아이>도 보이는데, 특이하게도 원본이 아닌 #한국인의 악상에서 ■린 CM으로 수록됐다는 게 재밌는 점입니다.

 

미식을 관철하는 입장에서, 시각적인 식감 부문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색감인지라 다들 이를 위해 휘황찬란한 색의 향연을 벌이는데, 이 외골수의 사나이는 마치 단 개의 색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세상에 외치는 것 같네요. 여러분에게도 제대로 전해졌을까요? 그 답은 각자의 ██만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일곱 번째 요리입니다. 이번엔 약간 분위기를 환기시켜 볼까요?

 지금까지 소개한 작품들이 전부 한국과 일본, 동아시아권에만 치우쳐져 있었기에, 이번엔 활동 반경을 조금 넓혀 세계의 색다른 맛으로 눈을 돌려 보겠습니다. 바로 지구 반대편 남미의 요리인데요. 범접할 수 없는 신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펼치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현세를 초월한 신선들의 놀음을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신비로운 절경의 도원에 어떤 미식이 맺혀있을 지 함께 찾으러 가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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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요리, camel ytpmv 셰프의 <CAMELLO MULTIVERSE>입니다.

 

머나먼 이역만리의 타지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당신의 눈앞에 들어온 식당 하나. 간판부터 메뉴판까지, 심지어 식당의 다른 손님들마저 camello라는 말만 되뇌이는 이 기이한 장소에서 이윽고 당신은 이 요리를 발견하고 곧 주체할 수 없는 폭주 삼라만상의 세계에 빠져들게 됩니다.

 

...라는 내용의 책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이번 요리는 특별히 초대된 게스트와 함께 진행해볼 예정인데요. 바로 제작자인 camel ytpmv 씨입니다! 귀하게 모셔온 분이니 다들 열렬한 박수로 환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 소개와 함께 작품에 대한 대략적인 개요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A.

 

 

Q. 네, 다양한 짐승 친구들이 벌이는 앙상블이 매우 인상적인데요. 혹시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A.

 

 

 

Q. 저런, 그것 참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이렇게 무사히 완성되어 다행입니다.

 

그동안 정말 많은 작품을 세상에 내놓으셨는데요. 이들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무엇인가요?

 

A.

 

 

 

Q. 귀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고 있을 독자들에게도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A.

 

 

 


 

 

네.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는데요.

카멜어 자격증이 없는 분들은 무슨 소린지 이해할 수 없어 아쉬웠겠지만, 카멜어 통역사가 섭외되는 대로 여러분에게도 이 감동의 순간을 전부 생생히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덟 번째 요리입니다. 길었던 10선도 어느새 끝을 향해 가는군요.

 모든 재료가 언제나 체계적인 제조 공정을 거쳐 나오는 건 아닙니다. 때론 정말 하찮고 어처구니 없는 계기로 발굴된 재료가 큰 인기를 끌기도 하는데요. 이런 검수받지 않은 괴재료로 만들어진 요리는 대개 큰 의미를 갖지 않는 일회용 불량식품 선에서 그치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지만, 언제나 예외는 존재하는 법이죠. 인스턴트 소재로도 얼마든지 길이길이 남을 미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다음 요리가 증명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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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요리, comari 셰프의 <ブルアカで抜いた生徒を庇うアルティメットセンセイ / 블루 아카이브로 한 발 뽑은 학생을 감싸는 얼티밋 선생>입니다.

 

시식하기에 앞서, 이 요리엔 게임 <블루 아카이브>의 스포일러 성분이 일부 함유되어 있으므로 시청 시 주의를 요합니다. 또한 드라마 <고쿠센>에 대한 스포일러도 있을......까? 원작의 감상을 망친다(spoil)라는 의미에선 어느 정도 통하는 말이긴 하겠네요. 한글 자막 영상이 있으니 이쪽의 도움을 받아 시청하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한때 일본에서 잠깐 유행한 <블루 아카이브로 한 발 뽑은 학생을 감싸는 양쿠미>라는 소재를 사용한 작품입니다. 여기서 양쿠미는 고쿠센의 주인공 '야마구치 쿠미코'의 별명으로, 당연히 실제 드라마에서 저딴 대사를 친 건 절대 아니고, 커뮤니티 등지에 으레 올라오는 장난스런 헛소리 글에 누군가 실제로 성대모사로 더빙한 영상을 올린 것이 불씨가 되어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접점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두 작품인데, 단지 선생과 학생이 등장한다는 점 하나만으로 이 가혹한 음해의 현장에 끌려나와 처참히 희생당한 양쿠미 선생에게 다들 심심한 위로를 드리는 건 어떨까요?

 

아무튼, 모두가 이 아스트랄한 소재로 괴식의 향연을 벌이는 동안 단 한 명의 제작자만이 이 소재의 또다른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단순히 웃음거리로만 소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작과 원작의 그 너머까지 활용 범위를 넓힘으로써 아무도 예상 못한 새로운 크로스오버의 지평을 열어버립니다. 성대모사 따위가 아닌 진짜 양쿠미의 목소리로 키보토스의 학생들에게 일갈을 가하는 장면은 돌고돌아 마침내 우리에게 익숙했던 원작의 바로 그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아 반가움에 전율까지 느껴지는데요. 여기까지 오는 데에 얼마나 많은 가혹한 정자 내기의 과정이 있었을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아홉 번째 요리입니다.

 여러분, 코스 요리 좋아하시나요? 저는 꽤 좋아한답니다. 많은 셰프들이 한마음으로 힘을 합쳐 하나의 요리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분명 고된 일이지만, 그 역경을 뚫고 일구어낸 결과물을 맞이할 때 찾아오는 성취감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값진 보물일 것입니다. 작년에 나온 쟁쟁한 합작들 중 제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을 이 자리에서 꺼내보려 하는데요. 어쩌면 여러분 모두 이 아래에 무엇이 있을지 이미 눈치챘을 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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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요리, 서노 셰프가 주최한 <짬텐도 메들리 ~ 어DS시켰어?>입니다.

 

2022년에는 좋은 합작이 참 많았습니다. 길었던 준비 기간이 무색하지 않게 압도적인 퀄리티를 보여준 IWF, 고전의 향취를 잃지 않으면서도 새롭게 한 단계 더 진일보한 합캉스, 파급력 하나만큼은 정말 전무후무했던 오토와카 등등 기억에 남는 명작들이 즐비한데요. 그렇다고 이들을 전부 10선에 넣어버리면 보는 입장에서도 호흡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정말 아쉽게도 이 작품 하나만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매년 9월 1일 연례행사처럼 나오는 진짬뽕 소재 합작입니다. 어느덧 햇수로만 벌써 5년차인 중견급 소재인 만큼 언제나 신선함을 잃지 않기 위해 제작자들도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진짬뽕과 황정민을 소재로 사용하는 걸 넘어 이제는 2021의 리메이크 테마 #짬뽕 한 그릇, 2022의 DS 게임 테마 등 특정한 주제로 보다 더 특색 있는 작품을 선보이려 하는 시도가 엿보입니다.

 

이번 합작의 주제는 <닌텐도 DS 게임>으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전례가 거의 없던 독특한 테마라 더 뜻깊은 작품입니다. 00년대 중후반 즈음 콘솔 게임을 즐겨하신 분들이라면 DS 게임의 추억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을 텐데요. 이 합작은 바로 그 우리의 마음 속 깊게 가라앉아 있던 부분을 직격으로 후벼파는 예리함을 보여줍니다. 높은 이해도와 애정, 거기에 최상의 기술력까지 더해지니 정말 이보다 더 좋은 물건이 나올 수 있을까 생각하기 힘든 이상적인 결과물이 나왔는데요. 개개의 단품으로만 놓고 봐도 이 10선에 들어가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완벽한 미식이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진짬뽕 합작이지만, 그 이면엔 그 시절 게임기 앞에서 울고 웃었던 모든 이에게 보내는 헌사가 담겨 있습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쁜 오늘날의 일상은 잠시 내려놓고, 이 마법과도 같은 요리 앞에서 순수했던 7살 어린 아이의 추억에 다시 한 번 잠겨보는 게 좋겠습니다.

 

 

 

 

 


 

 

마침내, 대단원의 막을 내릴 마지막 요리입니다.

 장편 작품의 긴 서사를 몇 분 내외의 MAD 영상 하나에 담아낸다는 건 여러모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재료를 다듬어내는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광범위한 소재 내에서 기승전결을 짜임새 있게 이어나가는 철저한 기획 구성력이야말로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이런 서사MAD의 장인으로 유명한 맛집 식당이 이번에 또 한 번 대형 사고를 쳤습니다. 그 엄청난 사건 현장으로 지금 바로 함께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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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째 요리, Nero 셰프의 <Jojonos - STEEL BALL RUN>입니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 7부 <스틸 볼 런>의 가벼운 스포일러가 들어있으므로 시청 시 주의를 요합니다!

 

아무리 요리계에 문외한인 사람이라 할 지라도, <코코로 죠죠루>에 대해서는 다들 최소 한 번씩은 들어봤을 것입니다. 서사MAD의 바이블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시리즈의 제작자가 이번엔 다소 새로운 물건을 내놓았습니다. 아직 애니메이션화 발표도 되지 않은 7부를 소재로 한 요리인데요. 사용할 수 있는 소재 양이 제한적이라 제작 과정이 까다롭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무색하게도 마치 공식 PV를 보는 듯한 퀄리티의 결과물을 내놓으며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합니다.

 

원작 만화의 흑백 컬러는 분명 강렬하지만 자칫 단조로워질 수도 있다는 리스크가 있는데, 이를 전체적으로 푸른 색감으로 덧씌워 편안하면서도 인상적인 시각적 감상을 제공합니다. 원작의 정적인 컷에 모션을 주어 생동감을 더한 게 눈에 띄는데, 특히 캐릭터가 말하는 대사에 맞춰 입모양을 하나하나 그려넣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땐 정말 제작자의 집념과 정성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알고 계신 분들도 있겠지만, 이 작품의 업로드일은 2022년 9월 25일입니다. 그렇다면, 원작에서 <스틸 볼 런 레이스>가 개최된 날은?

아마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눈치채셨을 것입니다. 이런 세세한 요소들마저 신경 쓰는 디테일이야말로 제가 이 요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겠네요.

 

 

 

 

 


 

마치며,

 

 

이상으로 열 개의 요리를 전부 만나보았습니다. 이렇게 긴 글을 쓰는 건 정말 오랜만이라 몇 주 동안 첨삭과 퇴고를 반복하며 공을 들였는데요. 다들 재밌게 읽으셨을지 모르겠네요. 자신이 예상했던 작품이 나와 기쁜 분들도 계실 테고, 생각지도 못한 작품을 만나 놀란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수많은 명작들을 나름의 기준으로 가려내어 선정된 10선 목록을 보니, 그동안 저 자신도 자세히 알지 못했던 제 취향에 대해 새롭게 더 알아가게 되는 것 같아 저 역시도 굉장히 흥미롭네요. 이런 좋은 기획에 참여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다음 타자인 서노 씨의 글도 많은 기대 부탁드리겠습니다ー!!!

 

 


 

 

 

 

01. 08 / oz Han https://rowanhamilton.tistory.com/5

01. 09 / 서노 https://tjsh99.tistory.com/2

01. 10 / 루klng https://blog.naver.com/looklng/222980568003

01. 11 / TB https://foregoing-recorder-cc4.notion.site/MAD-10-208c71697d8845ea97766a3eae447f74

01. 12 / 류한수 https://kyser.tistory.com/5 

01. 13 / 여유만만 https://blog.naver.com/jungj602/222983159232

01. 14 / 사계 https://every4season.tistory.com/